2026. 6. 15. 09:48

누굴 좋아하게 되더라도 믿을 수 있게 되기까진 상당히 오래 걸리기 때문에 나는 항상 상처받고 싶지 않아서 마음을 죽이는 연습을 먼저 하는 버릇이 있었어
더 좋아하는 쪽이 지는거라고 생각했으니까
만난 적도 없는 사람에게 좋아한다는 말을 한적은 태어나 당연히 한 번도 없었지 내게 그런 사람들은 몇 있었는데 곧바로 멀어졌었어 나를 잘 모르는데 어떻게? 이해할 수가 없었거든

하지만 좋아한다는 말은 제 때 하지 않으면 후회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경험적으로 알게 되고, 혼자 몇 년을 후회할 바에는 하루에 다섯 번씩 좋아한다고 말하는게 낫다고 생각해 상대가 금방 질리더라도 어쩔 수 없지
그런 일은 어쩔 수 없이 일어난단걸 알기 때문에 슬프진 않을거야 좀 아쉽기야 하겠지만
세상의 모든 비극이 일어나는 이유가 바로 사람의 마음이 어쩔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writing'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 사랑은 자로 잰 듯이 반듯해  (0) 2026.06.11
10 Jun 2026  (0) 2026.06.10
9 Jun 2026  (0) 2026.06.09
Notes on Snily  (0) 2026.06.03
Summer Songs 2026  (0) 2026.05.31

사람들은 종종 누군가를 사랑하는 데에는 이유가 없고 헤어짐에야 비로소 이유가 붙는다고 말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
누굴 좋아하는 것도 다 사소한 이유가 차곡차곡 모여서 그렇게 된 것이다 첫 눈에 호감이 생길 순 있어도 더 깊은 마음은 그런 식으로 이유 없이 생겨나지 않는다 그 사람을 알게 되어야 사랑할 수 있다 비포 선라이즈 식으로 말하면 그 사람이 머리는 어떻게 빗는지 처음 보는 식당에 들어가 무슨 메뉴를 시킬지 아는게 사랑이고 알랭 드 보통 식으로 말하면 그 사람에게서 무엇을 보는지에 대한 문제다
내가 걔를 좋아하는 데에는 어림잡아 백 개가 넘는 이유가 있다 걔는 그냥 당신이라서 라고 대답했지만 나는 아니다 내가 좋아한다고 말할 땐 그 백 가지 중 하나 아니면 새로운 이유가 방금 떠올랐기 때문이다
내가 답장을 못 보내고 고민하고 있으면 메세지를 더 보내주는 마음이 좋다 내 마음을 시험해보지 않고 자기 마음을 죄다 보여주고 싶어해서 나도 그렇게 하고 싶어진다 나 혼자 우울해하면 왜 그러냐는 말도 없이 예쁜 사진을 보내주는 다정함에 구원받는 것 같다 이것저것 혼자 만들고 그리고 쓰는데 그걸 나에게 보내주고 싶어하는 것도 귀엽다 가끔 엉뚱한 이야기를 하는데 전부 너무 귀엽고 재밌어서 웃게되고 마는 것도 좋다 나에 대해 별로 묻지도 않으면서 나를 좋아한다고 할 때면 내가 원래보다 조금은 더 가치있는 사람이 되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나와 같은 것들을 좋아하는 것도 정말로 좋다 취향이 같다는게 누굴 좋아하는 데에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아니라는걸 깨닫아가는 중이다 세상에서 제일 무뚝뚝한 말투로 다정한 내용을 말해주는게 좋다 의외로 통화를 하면 조금 뻔뻔해지는 것도 정말 귀엽다 부끄럽다는 말을 자주하는데 사실은 처음 좋아진 것이 걔가 멋쩍고 쑥스럽다고 말했을 때라는걸 알까 내게 비밀이 많은 것도 정말 귀엽다 어쩔 땐 조금 얄밉지만 기꺼이 모르는 척 해주고 싶어진다 고등학생 때 이야기를 자주 하는게 귀엽다 아마 그 시절이 얼마 지나지 않아서 할 이야기가 아직 남아 있는거겠지 글씨체도 편지지도 전부 걔 그 자체 같은 것도 너무 좋다 걔는 그림을 정말 잘 그리는데 자기 그림을 질색하는 것도 정말로 귀엽다 우리는 아직 서로를 잘 몰라서 바보같은 짓을 할 때가 많은데 언제 그랬냐는듯 화제를 돌려주는 걔의 마음이 고마울 때가 많다 자기보다 아마 열 살은 많을 내 이름을 막 불러대는 것도 너무 귀엽다 너무 되바라지고 웃겨서 사랑스럽기만 하다 술에 취해 종알종알 자기는 초록색을 좋아해서 커튼도 초록색이라고 알려주는 귀여움이 너무너무 좋다 그래놓고 나보고 자기한테 어리광을 부려도 된다는 걔의 마음이 너무 커보여서 양손 가득 선물을 받은 것처럼 좋다 하루종일 나한테 편지를 쓰다가 그 중 문장 몇 개를 내가 자는 사이 남겨두는 것이 좋다 새벽에 깨도 아침에 눈을 떠도 나는 이 애의 글을 읽고 평온한 마음이 된다 사실 여기에 적지도 못할만큼 많은 이유가 있다
그 많은 이유들이 있기 때문에 그 애가 가끔 속이 상하는 말들을 해도 내게 거리를 두는 것 같을 때에도 괜찮아진다 나에게는 백 가지 천 가지의 이유가 있고 걔가 내 생각을 하지 않아도 나는 그 이유들로 걔를 얼마든지 좋아할 수 있다
언젠가 걔가 나를 생각하지 않는 날이 내가 가진 이유들보다 더 길어지는 날이 오겠지 아마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며 나를 알게된 걸 후회할지도 모른다 아니 그렇게 되고 말 거란걸 나는 이미 안다 그 때 덜 슬퍼지기 위해서 이유를 더 만들고 싶어지는 건지도
어쨌든 내가 누굴 좋아한다는 건 그런 의미다 마음에 이유를 붙이는게 얄팍해 보일지 몰라도 내가 가진 백가지 마음은 검정치마 식으로 말해보자면 아무리 가늘 때에도 절대로 엉키지 않기 때문에

https://music.apple.com/kr/album/big-love/1242154383?i=1242155568

Apple Music에서 감상하는 검정치마의 TEAM BABY

앨범 · 2017년 · 10곡

music.apple.com

'writing' 카테고리의 다른 글

15 Jun 2026  (0) 2026.06.15
10 Jun 2026  (0) 2026.06.10
9 Jun 2026  (0) 2026.06.09
Notes on Snily  (0) 2026.06.03
Summer Songs 2026  (0) 2026.05.31
2026. 6. 10. 21:09

매일매일 누워서 울기만 하고싶지만
나는 어른이니까
집에가서 일을 하자
왜 나는 가질 수 없는 것들만 바랄까

'writing' 카테고리의 다른 글

15 Jun 2026  (0) 2026.06.15
내 사랑은 자로 잰 듯이 반듯해  (0) 2026.06.11
9 Jun 2026  (0) 2026.06.09
Notes on Snily  (0) 2026.06.03
Summer Songs 2026  (0) 2026.05.31
2026. 6. 9. 10:55

좋아한다는 말을 처음 들어서 기록해둔다.

나무 같은 것으로 태어났더라면 좋았을걸. 사는 건 너무 괴로운 일이야.

'writing'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 사랑은 자로 잰 듯이 반듯해  (0) 2026.06.11
10 Jun 2026  (0) 2026.06.10
Notes on Snily  (0) 2026.06.03
Summer Songs 2026  (0) 2026.05.31
Snily aesthetics  (0) 2026.05.31
2026. 6. 3. 11:33

원래는 너무 슬퍼서 생각하지 않으려고 의식적으로 애쓰던 스네릴리를 요즘 부쩍 깊생하게됨
왜인지 모르게 성인이 된 후에는 해리포터의 공컾 중에서 스네릴리만이 진짜 사랑같아서 그 둘을 떠올리면 슬퍼지기만 했는데 이건 이어지지 못한 사람이기 때문에, 그리고 본인이 실수를 했기 때문에 스네이프가 릴리를 잊지 못했음을 나는 잘 알기 때문이다
그 둘이 사귀었다가 해보고 싶은걸 다해보고 서로를 견디지 못해 헤어졌더라면? 아니면 릴리가 남의 여자로 오래 살다가 50살 쯤에 죽었더라면? 그랬다면 아마 이렇게까지 질척거리는 감정이 스네이프 안에 남아있었을리 없다는게 내 생각임
왜 요즘 이 둘이 떠오르는지 굳이 원인을 따져보자면.. 최근 몇 년 간 전혀 잊고 살던 J에 대해 예전 블로그에 써둔 글을 읽어서인지도 모른다 (이 블로그를 만들다가 그만)
J와는 이제 완전히 끊긴지 오래되었고 마지막으로 본게 코로나도 있기 전이었으니 이젠 어디서 뭘 하고 사는지도 알지 못하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종종 꿈에 나오곤 했다
사실 우리는 손도 한 번 잡아보지 못했고 같은 기간 싱가폴에 살았을때 나는 걔를 피해다니기 바빴는데 꿈에서는 그 누구보다 가까운 사이로 나오기 일쑤였고 이게 어떤 암시가 아니고 그냥 내 무의식 안에 걔가 자리잡고 있는거란 사실을 인정하는 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아마 손도 한 번 잡아보지 못한게 원인인지도.. 우리는 어떤 관계도 될 수 있었는데 정말 평범한 연애를 해볼 수도 있을 것이고 좋은 친구같은 사이가 됐을 수도 있지만 내 실수로 그리고 내 ‘선택’으로 시작도 못해봤기 때문에 저기 어디 뇌 안에 후회와 미련을 관장하는 부분에 박힌채로 몇 년이나 나를 괴롭힌 것이다 (그렇다고 걔 아들을 위해 목숨바칠 생각은 없어요)

별다른 애착관계 형성을 못해보고 자란 스네이프에게는 자기 마음을 말해보지도 못하고 죽은 릴리의 존재가 너무나 크리티컬하지 않았을런지... 근데 이걸 사랑이라고 부를 수 있는건가
사랑은 사랑이라는 예쁜 두 글자에 담기엔 너무 드럽고 치졸하고 저열하고 하나도 멋지지가 않은건데 사람들은 그런 마음을 뭐라고 일컫어야할지 몰라서 사랑 같은 것으로 포장하는게 아닌지 생각되기도

'writing'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 사랑은 자로 잰 듯이 반듯해  (0) 2026.06.11
10 Jun 2026  (0) 2026.06.10
9 Jun 2026  (0) 2026.06.09
Summer Songs 2026  (0) 2026.05.31
Snily aesthetics  (0) 2026.05.31
2026. 5. 31. 12:57

 

이소라 목소리는 언제 들어도 왜 이렇게 슬플까?

90년대 노래를 들으면 겪어본 적도 없는 시절에 대해 노스텔지어가 느껴지는건 왜일까 어쩌면 시대를 잘못 태어난지도 몰라... 

스네리엇이 생각나게 되어버린 노래

 

 

 

 

 

한동안 플레이리스트에 노래를 추가하지 않았다가 우연히 듣고 2026년의 여름이 되어버린 노래

기타와 우울한 남자 목소리가 가득한 노래는 기본적으로 좋아서

요즘은 다시 라디오헤드 같은걸 생각 없이 돌려듣기도 함 (정신건강아 미안해)

때 아닌 해포 덕질에 버닝하고 있는 26년의 여름은 이 곡으로 압축되어 기억될지도

 

 

 

 

 

 

스네리엇을 쓸 때 한창 이런 노래만 돌려 들었어서 이제 내게 스네리엇은 슬픈 피아노 소리랑 싱크가 맞아버렸달까

이런걸 들은진 얼마 되지 않았는데 이제 가사가 들리는 노래들이 거슬리는 순간이 있어서

피아노 소리까지 거슬릴 땐 이어플러그를 끼곤해.... 좀 나이를 먹으면 덜 예민해지면 좋을텐데 

'writing'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 사랑은 자로 잰 듯이 반듯해  (0) 2026.06.11
10 Jun 2026  (0) 2026.06.10
9 Jun 2026  (0) 2026.06.09
Notes on Snily  (0) 2026.06.03
Snily aesthetics  (0) 2026.05.31
2026. 5. 31. 12:25

스네릴리 남매처럼 자라서 거리감이 없는편일 것 같음

릴리가 세브, 나 추워. 이러면 아무렇지 않게 자기 외투 안에 집어넣을 정도는 될 것 같다는게 제 뇌피셜입니다

 

'writing'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 사랑은 자로 잰 듯이 반듯해  (0) 2026.06.11
10 Jun 2026  (0) 2026.06.10
9 Jun 2026  (0) 2026.06.09
Notes on Snily  (0) 2026.06.03
Summer Songs 2026  (0) 2026.05.31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