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6. 3. 11:33

원래는 너무 슬퍼서 생각하지 않으려고 의식적으로 애쓰던 스네릴리를 요즘 부쩍 깊생하게됨
왜인지 모르게 성인이 된 후에는 해리포터의 공컾 중에서 스네릴리만이 진짜 사랑같아서 그 둘을 떠올리면 슬퍼지기만 했는데 이건 이어지지 못한 사람이기 때문에, 그리고 본인이 실수를 했기 때문에 스네이프가 릴리를 잊지 못했음을 나는 잘 알기 때문이다
그 둘이 사귀었다가 해보고 싶은걸 다해보고 서로를 견디지 못해 헤어졌더라면? 아니면 릴리가 남의 여자로 오래 살다가 50살 쯤에 죽었더라면? 그랬다면 아마 이렇게까지 질척거리는 감정이 스네이프 안에 남아있었을리 없다는게 내 생각임
왜 요즘 이 둘이 떠오르는지 굳이 원인을 따져보자면.. 최근 몇 년 간 전혀 잊고 살던 J에 대해 예전 블로그에 써둔 글을 읽어서인지도 모른다 (이 블로그를 만들다가 그만)
J와는 이제 완전히 끊긴지 오래되었고 마지막으로 본게 코로나도 있기 전이었으니 이젠 어디서 뭘 하고 사는지도 알지 못하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종종 꿈에 나오곤 했다
사실 우리는 손도 한 번 잡아보지 못했고 같은 기간 싱가폴에 살았을때 나는 걔를 피해다니기 바빴는데 꿈에서는 그 누구보다 가까운 사이로 나오기 일쑤였고 이게 어떤 암시가 아니고 그냥 내 무의식 안에 걔가 자리잡고 있는거란 사실을 인정하는 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아마 손도 한 번 잡아보지 못한게 원인인지도.. 우리는 어떤 관계도 될 수 있었는데 정말 평범한 연애를 해볼 수도 있을 것이고 좋은 친구같은 사이가 됐을 수도 있지만 내 실수로 그리고 내 ‘선택’으로 시작도 못해봤기 때문에 저기 어디 뇌 안에 후회와 미련을 관장하는 부분에 박힌채로 몇 년이나 나를 괴롭힌 것이다 (그렇다고 걔 아들을 위해 목숨바칠 생각은 없어요)

별다른 애착관계 형성을 못해보고 자란 스네이프에게는 자기 마음을 말해보지도 못하고 죽은 릴리의 존재가 너무나 크리티컬하지 않았을런지... 근데 이걸 사랑이라고 부를 수 있는건가
사랑은 사랑이라는 예쁜 두 글자에 담기엔 너무 드럽고 치졸하고 저열하고 하나도 멋지지가 않은건데 사람들은 그런 마음을 뭐라고 일컫어야할지 몰라서 사랑 같은 것으로 포장하는게 아닌지 생각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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