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7. 15. 19:13
2017년 10월

오늘 갑자기 발견한 이 사진은 아주 먼 옛날 트위터에서 인권말 하는 퀴어 친구들과 친해졌을 때 파티(!)에 초대받아서 간 날 찍은 사진.
이 날 만난 수십 명의 사람들 중 헤테로는 나 뿐이었고, 아직도 연락을 이어가거나 여전히 트친인 사람은 아무도 없으며 그들과 나눈 대화 역시 단 한마디 조차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이 날 날씨가 니트 한 장만 걸치고도 좋은 가을 날이었고, 혼자 파티에서 빠져나와 담배를 한대 피웠고(당시 나는 담배를 피우지 않았는데 이게 누구 담배를 빌린 건지도 기억이 안나는), 파티의 드레스 코드를 맞추려고 악세사리를 하나 사서 하고 갔던 것은 추억이 되어 기억에 남아있다.

추억이라는 것은 그런 것.
겨울 날 전기장판 위에서 이불을 덮고 귤을 까먹으며 누군과 메세지를 했다면, 포근한 이불속에서 귤을 먹었던 경험이 추억이 되는 것이지 메세지 내용이 추억이 되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와 영화를 봤었다면 같이 영화를 고르고, 팝콘을 사먹고, 영화의 클라이막스에서 손을 잡았던 것이 추억이 되는 것이지 영화 내용이 추억이 되는 것이 아니다.
어떤 말이나 글, 약속이 추억이 되는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나중에 꺼내볼 수 있는 추억을 만들고 싶은데.
내 손에 있는 것은 초콜렛 껍질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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